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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동네 고양이를 제압하고 다니는 여자




모든 귀여운 것들을, 그중에서도 동물과 아기를 몹시도 사랑하고 있지만 내 사랑은 늘 일방통행이었다 후..

차라리 할퀴고 달아나기라도 하면 모르겠는데, 이 작은 생명체들은 나의 존재에 극심한 공포를 느낀 나머지 도망조차 치지 못하는 게 다반사였다. 그래서 내가 동물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보면 언제나 일치하는 한 패턴이 있다. 세상을 다 가진 듯 웃고 있는 나, 탈출 의지를 보이거나 그조차도 상실한채 동공이 풀리고 경직된 개나 고양이들. 전생에 개장수였나.

후배 세X양이 키우는 노견 말티즈 밍밍이는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안겨있다가, 이후로 지름길을 포기하고 내가 앉은 자리를 멀리 빙 둘러가기까지 했다. 친구 윤X의 이모님이 키우시는 예쁘장한 처녀개 뚱이는 나와 함께 사진을 찍자 마견으로 변했다. 난 무슨 <맥스3000>인 줄 알았다능.



<맥스3000>





(jieun) 착하디 착한 증후군님의 말:
너무해. 나....난 정말 동물을 사랑하고 있는데  ㅠㅠㅠㅠㅠㅠ
(Semi) The Cat Who Liked Potato Soup님의 말:
 사랑조차 모든것을 구원하지 못한다 -요시모토 빠나나



그래. 뭐라고 날 비웃어도 좋아. 난 나한테 더 심한 욕도 할 수 있으니까. 어때 내가 이겼지?......는 농담이고,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의 이용한 작가님 댁 랭보가 있으니까! 낯을 심하게 가려 주인 외의 사람들이 있을 때는 옷장 위와 천장 사이의 작은 틈에 숨어 꼼짝도 하지 않는다는 차가운 신도시의 고양이 랭보는, 내 품에만은 안겨주었다. 물론 옷장 앞에 서서 30분 동안 말을 건 노력의 결과였다. 랭보의 지조를 자랑했던 작가님 부부는 놀라움과 시기의 눈초리를 동시에 보냈지. 


 

보고싶다 랭보♡

by 나이조 | 2009/11/02 10:28 | 개미지옥 | 트랙백 | 덧글(4)

이니셜 쿠키




후배가 내 이니셜을 넣은 쿠키와 브라우니를 구워주었다. 체로 두 번이나 치고 아몬드 슬라이스를 넣어 식감이 끝내주는 고급 수제쿠키다. 우린 늘 쇼군과 카케무샤 놀이를 하고 놀지.

나도 사랑해 히힛.

by 나이조 | 2009/11/02 08:58 | 푸드 | 트랙백 | 덧글(1)

쉘든 티셔츠



<빅뱅이론>의 나름 패셔니스타 쉘든 티셔츠를 입고 맥주를 마시고 있다. 이러고 있다.



덧: 같은 티셔츠를 우리 언니도 가지고 있다.
우린 스스로를 송도삼절이 아닌 송파삼덕...이라고 칭하지.

by 나이조 | 2009/10/30 23:05 | 개미지옥 | 트랙백 | 덧글(2)

디스 이즈 잇 보기 전 워밍업이라고 해 두자






광고가 딱 두 개뿐이었던(마이클 잭슨이 표지였던 [타임] 과월호와 그가 모델이었던 펩시의 추모광고) 이 [타임] 스페셜 에디션은 역작이었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by 나이조 | 2009/10/30 22:46 | 필름 | 트랙백 | 덧글(0)

메모장의 습격, 신감각 공포영화



1. 하드를 뒤적이다 보니 메모장에 휘갈긴 이런 글이 나온다.
소설인 것 같은데 주... 중2스럽다. 뭘 쓰려고 했던 거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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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시간보다 10분 이르게 신사역에 있는 잡지사 사무실에 도착했다. 갓 이사한 듯 새집 냄새가 매캐한 스무 평 남짓한 방에 컴퓨터며 책상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새 것이라는 점 외에는 다른 장점을 느낄 수 없는, 요컨대 내가 늘 생각해 오던 그런 평범한 사무실이다. 드문드문 말아 던져져 있는 포스터 뭉치 같은 것을 제외한다면 영화 잡지다운 정체성을 전혀 느낄 수 없어서 조금 실망했다. 하긴 이곳은 스크린 속의 총천연색 파노라마보다는 그것을 반사해 내는 덤덤하고 건조한 흰 막을 닮았다.

내게 문을 열어 주었던 남자가 묻지도 않고 가져온 것은 종이컵에 담긴 인스턴트커피다. 믹스커피는 마시지 않는다. 더욱이 물을 컵 반도 채 붓지 않아 찐득한 캐러멜 같은 커피는. 어쨌든 잠자코 그것을 받아들었다. 사무실 중앙의 테이블에 앉아 지난호 잡지를 뒤적이고 있으려니 긴 머리에 안경을 쓴 여자가 옆에 와 앉았다.

“얼마 전에 통화했던 거 기억하죠? 오늘 인터뷰 진행할 주명진 기자에요.”

“아, 네. 안녕하세요.”

“찾아오기 힘들진 않았어요?”

“별로요.”

낯선 사람과 함께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심기가 불편해진다. 대화는 고작 거기서 끊어졌고, 나는 여자의 옷차림을 훑어보았다. 저런 뿔테안경을 쓸 거라면 머리는 푸는 것보다 묶어 올리는 게 나았을 거다. 진 바지는 색깔은 괜찮지만 통과 길이가 상당히 미묘하다. 옷처럼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사인도 달리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스타일 같은 걸 관찰하게 된다. 최악은 아니지만 아무런 인상도 느낄 수 없는 이 사람 같은 스타일은, 사실상 제일 나쁘다고 할 수 있다. 벗고 다닐 수 없어 걸치는 옷가지 이상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부류들은 굉장히 자신의 ‘취향’-이라고 믿는다, 그들은-에 대해 완고하기까지 하다.

상당히 노골적이었을 내 시선을 여자가 눈치 채지 못한 것은 전화를 받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안 늦기로 하셨잖아요. 스튜디오 예약시간 타이트한 거 아시면서. 네, 그쪽은 벌써 와 있어요. 빨리 와주세요.” 전화를 끊은 주명진 기자는 난처한 듯 웃는다. “조금만 기다려 줄래요? 그쪽이 좀 늦는 모양이야. 스케줄 때문에.” “....컴퓨터 좀 쓸 수 있어요?” “응? 아, 그럼요.”

구석의 빈 책상에 앉아 인터넷 아이콘을 클릭한다. 익숙한 연두색 포털사이트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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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상의 공포만 모아놓은 영화를 보거나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일이 있었다. 그러니까 일상의 공포란 게 뭐냐면.... 이런 식이다. 한 공포영화 광고에서 밥상을 엎는 장면이 나온 것이 발단이 되었다. 영화 자체는 참 안무서워보였는데, 밥상을 엎는 게 무서웠다. 정말 무서웠다. 누렇고 뻘건 국물을 튀기며 바닥에 널부러진 축축한 음식들 사이에서 그릇 파편을 골라 낸 후, 한때 반찬이었던 음식물 쓰레기를 큰 것부터 주워담는 한편 걸레를 빨고 빨고 또 빨아서, 그리고 또..... 꺄악.

엎는 것은 순간이지만 치우는 과정은 지난하다. 사실 세상 일이 다 그렇기도 하다. 찰나의 파괴 다음에는 지루한 고행에 가까운 복구의 시간이 뒤따른다.  

카메라는 이 모든 과정을 해부도처럼 좇고 좇고 또 좇는다. 제법 오싹하지 않은가?

 

by 나이조 | 2009/10/30 22:02 | 끄적 | 트랙백 | 덧글(0)

최근 선물받은 기념품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다녀온 팀원이 선물로 사다 준 고야 가방. 고야 사랑해.
상관없는 얘기지만 오키나와 음식 '고야 참프루' 먹어보고 싶다(...)


평소 가지고 다니는 교정지나 악보 등속을 넣기에 딱 맞춤인 크기다.

 



토끼 손잡이의 완전 귀여운 우산. 일본 여행 다녀온 친구의 선물이었다 >_<



업무관계로 이상봉 패션쇼에 다녀온 친구가 가져다준 캘리그라피가 들어있는 에세 담배. 괜찮은데?



by 나이조 | 2009/10/25 13:20 | girl talk | 트랙백 | 덧글(1)

요새 하는 것



1.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를 읽는다. 몰락한 화족을 그린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가 재미있어서,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의 화족과 비교해서 뭔가 써보려 했는데 지금은 때가 아닌것 같다. 계란 풀어넣고 무 썰어넣고 굴국을 끓이다 딴짓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 한동안 영화관을 멀리했는데, [히든]을 보고 완전 흥이 나버렸다. 오늘 [디스트릭트9]를 보러가려고 했었는데, 자 과연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킬 수 있을까요.

3. 후배들과 처음으로 합주를 했는데 난감하지만 재밌었다. 합주실 대여비용이란 거, 노래방비보다 싸구나...

4. 매일 악몽을 꾸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5. 어제는 평소 기피해온 프로인 '세바퀴'를 보았다. 조권이랑 창민이 때문에! 아 너희들, 예상대로 좌중을 평정하는구나 T-T

6. 예술채널 아르떼에서 신진 뮤지션 특집이란 걸 하길래 잠시 보았는데, 서민정과 신현수라는 두 젊은 바이올리니스트가 인상적이었다. 각각 시벨리우스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했는데, 어느 쪽이나 아름답고 젊고 예민한 느낌.

(추가)

7. 종일 밖에 안나갔다. 밥하고 차리고 치우고를 두 번만 하면 하루가 다 간다. 와중에 멘탈리스트 2시즌을 보았다. 리스본 팀 요원들은 여전했다. 우리의 패트릭 제인님 달콤한 미소는 물론이고, 킴블 초와 릭스비 중 선택하라고 하면 누굴 골라야 할지 몰라 고민할 정도. 아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흑. 집중해서 몇 번 보다 보면 어쩐지 화술도 느는 것 같다. 보너스라고 할까.



 

by 나이조 | 2009/10/25 11:51 | 일상 | 트랙백 | 덧글(0)

집 근처 이탈리아 레스토랑, AL PARCO



영화 [히든]을 보고 나서, 백화점에서 동생의 셔츠를 하나 샀다. 아쿠아큐스텀에서 본 셔츠가 엄청 예뻤는데(비쌌음) 나와 달리 사치벽이 전무한, 소금에 절인 내 동생은 다른 걸 샀다. 마덜이 저녁을 쏘시겠다고 해서 올림픽 공원쪽으로 갔다. 

북 2문 앞에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하나 있기에 들어갔는데, 알 빠르코란 이름이었다. 오랜만의 가족 나들이니 짤방 몇 개.




새우가 든 사프란 소스 리조토와 크림 소스, 올리브 오일 베이스의 스파게티를 하나씩 주문했다. 가격대는 15000원 선에 부가세가 붙는다. 가지와 선드라이드 토마토가 든 올리브 오일 파스타가 제일 맛있었다. 다 먹으니 후식으로 사과와 포도를 준다. 간이 슴슴하고 공간도 널찍하니 괜찮았다. 언니랑도 오고, 뭔가 근처에서 행사치를(?) 일이 있으면 와야겠다 싶어 명함을 받아왔다.



동생이 찍어 준 저인니다. 앞머리가 프링글스 수염 같이 나와서 올린다.


by 나이조 | 2009/10/25 11:31 | 푸드 | 트랙백 | 덧글(4)

메가박스 유럽영화제 [히든]




미하엘 하네케의 추종자를 자처하면서 [히든]을 못 본 게 영 한이 되어(라기보다 가오가 안 선다고 생각했다), 이번 재상영을 노려 일찌감치 예매했다. 토요일, 전어를 구워 점심을 먹다가 "영화 보러 간다"고 했더니, 마덜이 "나도! 나도! 나도!"라며 강력한 참여 의사를 어필하셨다. "암울칙치구리(?)한 영화일 텐데 괜찮으시겠어요?"라고 했더니 "그런 영화 좋아한다"고 받아치신다. "[피아니스트] 감독 건데(나와 마덜은 함께 DVD로 [피아니스트]를 본 일이 있는데, 일명 모럴의 화신인 마덜은 큰 정신적 쇽크를 받으셨던 것이다)?" "(잠시 망설) 괜찮아 괜찮아! 너 혼자만 좋은 거 보러 다니고 나는 문화생활도 안시켜주고(후략)..."


원망의 깊이가 느껴졌다. 조만간 백건우나 강동석 리사이틀이라도 보내드려야 할 듯. 아무튼 급 예매하여 함께 영화관 나들이에 나섰다. 극장 안에서 같은 회를 관람했던 친구도 만났다.




이미 볼 사람은 얼추 다 본 상태일 테니 그냥 막 줄거리 언급해버릴 생각이다. TV프로그램 진행자인 조르주(다니엘 오떼이유)와 안느(줄리엣 비노쉬) 부부의 집에 이상한 것들이 배달되기 시작한다. 기이한 그림(입에서 피를 흘리는 아이, 목이 잘린 닭 등)과 부부의 집 대문을 움직이지 않고 몇 시간이고 찍은 영상이 담긴 비디오테이프가 그것(정말 정적인 롱테이크다. 이따금 이 집 식구가 들락 날락하는 모습만 있을 뿐). 집안으로 침입하거나 딱히 저주의 메시지가 담긴 것은 아니지만, 찜찜하다. 무릇 찜찜한 것과 위협이 되는 것은 한끝차이인 법. 게다가 익명의 전화까지 걸려오기 시작하자, 부부는 결국 경찰의 힘을 빌리기로 한다. 경찰은 '사고가 있어야 출동할 수 있는 거'라는 말이 되는 듯 안 되는 듯한 논리를 펼치며 부부를 그냥 돌려보낸다.


안느는 조르주의 팬이 벌인 짓이 아닐까 추측해볼 뿐이었지만, 조르주는 짚이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결국 문제의 '용의자'를 찾아 나서게 되는데, 그러면서 조르주의 유년에 드리운 작은 비밀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르주의 부모는 그의 집에서 일하던 아랍인 부부가 사고로 목숨을 잃자, 그들의 아들 마지드를 입양하기로 한다. 조르주는 그것이 싫어서, 마지드에 대해 안좋은 말을 일러바친다. (나중에 밝혀진 것으로는 "입에서 피를 토한다"는 것과 "닭을 잡는 일을 하다가 나를 위협했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부모는 마음을 돌려 아이를 고아원으로 보낸다. 가기 싫다며 발버둥치는 마지드의 모습은 영화 거의 맨 끝부분에 무심한 원경으로 등장한다. 


수십년 만의 만남은 어색하다. 자기가 한 짓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마지드를 조르주는 윽박지르고 협박한다. 이때 마지드의 말은 이 불친절한 영화에서 하나의 실마리 같다. "넌 하나도 안 변했구나." 다시 배달된 비디오테이프. 이번엔 둘이 언쟁을 벌이고, 조르주가 협박하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테이프가 직장 상사에게까지 배달되자 점점 신경이 곤두서는 조르주는, 결국 마지드 부자를 경찰에 넘긴다. 부자는 결백을 주장하다 유치장 신세를 진다. 
 

한편으로 문제의 '협박' 테이프를 본 부인 안느는 충격을 받고, 남편에게 왜 솔직히 말하지 않았냐며 다그친다. 조르주의 불성실한 태도로 부부 관계는 점점 악화되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이들 부부의 외아들이 실종(후에 가출로 밝혀진다)되면서, 영화 속의 불협화음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어느 날, 갑자기 마지드가 조르주를 부른다. 경계태세 가득한 말투로 왜 불렀냐고 묻는 조르주에게, 마지드는 "네가 이 자리에 있었으면 했다"고 한다. 그리고 "범인은 내가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목을 칼로 헤집는다. 잘린 경동맥에서 분수처럼 피가 솟구치고, 마지드는 그 자리에 쓰러져 즉사한다. 조르주는 망설이다 경찰에 신고하고 무죄판정을 받는다.


어느 날 조르주의 일터에 마지드의 아들이 찾아온다. 조르주는 피하려 하지만 결국 두려움 때문에, 그가 요구하는대로 '대화'를 하기로 한다. 조르주가 "네 아버지 일을 내 탓으로 돌릴 생각 말라"며 협박하자, 아들은 "그저 내 아버지의 교육기회를 빼앗은 사람을 실제로 만나면 어떨지, 배운 사람이란 건 과연 뭐가 다른지 직접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한다. 젊고 건장한 그의 눈에 드리운 건 명백한 경멸이었다.





쓰다 보니 길어졌지만(지병입니다), [히든]은 이런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하네케의 최고작으로 꼽는 [늑대의 시간]만한 충격은 아니었다고 해도, 역시 형님은 형님이었다. 얼핏 건조해 보이는 몇 개의 영상만으로도 능히 자아내는 강렬한 시각적 충격이 일단 하네케 표고, '경계'에 대한 문제가 그렇다.


[늑대의 시간]은 다양한 함의를 담은 풍부한 영화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난민 신세가 된 사람들(그중에서도 중산층 백인에 방점이 찍힌다)의 모습을 통해 '문명'과 '비문명'의 경계가 그 얼마나 위태로운지 암시하는 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히든] 역시 관객에게 '경계'에 대해 자각하게 하는 순간이 셀 수 없을 정도다. 예를 들면 이런 건데.... 집에 날아든 테이프와 카드가 그렇듯 조르주의 행동 역시 불법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보는 사람에게 강렬한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자, 찜찜함과 위협의 경계는 어디? 정당한 방어행위와 이기적인 강짜의 경계는 어디?


조르주의 부모는 마지드를 입양하려 했지만 결국 포기한다. 이 계기가 여섯 살 아들의 고자질 때문이었음이 밝혀진다. 하지만 '입에서 피를 토한다'는 이유로 철회할 입양이 애초에 오래 갈 수 있었을지 생각해 보면(마지드를 강제로 차에 태우는 그들의 모습은 자못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자, '선행'의 경계는 어디?


가출 후 돌아온 조르주와 안느 부부의 아들이 안느와 안느 부부의 친구 피에르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 전에, 남편 때문에 눈물짓는 안느를 위로하는 피에르의 모습을 스크린은 잠시 비춘 일이 있었다. 피에르는 안느를 안고 손에 입을 맞추며 달래고, 안느는 어딘가 선을 긋는 듯한 몸짓으로 잠시 후 자리를 떠난다. 나 역시 그 부분에서 아주 잠깐 '어라, 너무 친밀한 거 아냐'라는 생각을 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정보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곧 잊는다. 내 기억 속의 회색 그림은, 뒤를 잇는 아들의 비난 때문에 다시 상기되고, 소환된다. 그렇다면 적절한 친밀함과 부적절한 친밀함의 경계는 어디?


나한텐 기벽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수많은 '경계'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이런 건데... 나는 얼굴을 뽀얗게, 입술을 붉게, 속눈썹을 검게 칠한다. 이걸 '화장'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내 의식이 그게 맞다고 명령해서 얼굴을 붉게, 입술을 검게 칠하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건가?


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그런데 어느날 내 의식이 그래도 된다고 명령해서 회의실 탁자에 편안히 드러누워 잠을 청하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건가?


상처의 딱지를 잡아 뜯고야 마는 심술궂은 성미 때문일까. 그래서 하네케 영화를 본다. 오만일지 모르겠지만, '무슨 이야긴지 알겠는' 몇 안되는 서사 중 하나기 때문이다. '누가, 어떻게, 왜'가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해도, 모든 일은 결국 일어난다. 모두의 속내는 겹겹이 외피를 두르고, 발화된 순간 픽션이 된다. 유일한 현실은 비현실이고, 그 모호함만이 명백한 것이다. 언젠가부터 내게 재미있는 영화란, 바로 이런 영화들이었다.


by 나이조 | 2009/10/25 10:41 | 필름 | 트랙백 | 덧글(1)

stay sober




어젯밤(오늘 새벽) 나의 행태.

집으로 돌아오는 계단을 오른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안도감(? 자포자기?)에 정줄을 놓아버린 것 같다. 동생방에 침입해서 "재미없다"고 외치며 마구 주정을 하는 나를 할머니가 질질 끌어냈는데, 조금 후 조용해져서 보니 방에서 살색으로 자고 있었다고. 노인네가 "내가 얼마나 식겁했는지 아느냐"고 한탄을 하시는데 진짜 내가 부끄러워서....

아침엔 아버지가 인삼꿀물을 친히 타주시며 내 난자의 안위를 걱정하셨고, 엄마는 "너 짜증나"라는 촌철살인의 비난을 던졌다. 네, 저도 제가 그렇거덩요.... 

나이를 먹으니 급격히 술이 약해진데다, 한번의 음주가 이후 컨디션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요컨대 기회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무엇보다 살이 찐다 흑. 동생에게 소리소리지르던 '재미없어'는 바로 이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한다.

그래서 여러분, 저 술 끊었어요!!!!!!!!!!!!!!!!!!

by 나이조 | 2009/10/11 19:53 | 개미지옥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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